언론 보도

열아홉 살 美백악관 환경자문위원 “어른보다 먼 미래 내다보는 게 내 일”

2022-10-06


제롬 포스터. /남강호 기자

 

 

“향후 10년을 보는 어른들 사이에서 50년 앞을 내다보는 것, 그게 백악관에서 맡은 제 역할이죠.”

 

검은 뿔테 안경, 꼭 아빠 양복을 빌려 입은 듯 어색하게 큰 재킷과 넥타이. 22일 만난 ‘백악관 최연소 고문(顧問)’ 제롬 포스터(19)는 안경 너머 앳된 눈을 또렷하게 뜨며 진중하게 말했다. 포스터는 이날부터 이틀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리는 TV조선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포스터는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26명으로 꾸려진 백악관 ‘환경정의자문위원회’의 최연소 위원이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연방이나 주(州)의 환경 정책이 소수 인종이나 저소득층을 소외시키지 않는지 감시하고 정책 방향을 권고하는 것이 위원회의 주된 역할이다.

 

포스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40세 이상의 기후 학자와 환경 단체 관계자로 구성됐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대면 혹은 화상 회의를 한다. 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관한다고 한다. 포스터는 “지금 위원회는 기후 투자에 5조달러를 투입하는 미국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터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8)가 했던 것처럼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인 것으로 유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이었던 2019년 2월부터 58주 동안 금요일마다 미국 백악관 앞으로 나갔다. 모든 미국 학교에 ‘기후 교육’을 핵심 과목으로 추가하는 법안을 통과하라고 외쳤다.

 

기후 운동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과학 소년’이었다. 특히 행성들과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나 양자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포스터는 “어렸을 적 부모님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기후 위기의 시급성에 비해 세상에선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후 기후변화를 가상현실(VR)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몰입형 기술 기업을 만들고, 기후 전문 언론사인 ‘기후 리포터’를 만드는 등 활동을 해왔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10대 기후 운동가로 ‘미국의 툰베리’로 불리지만, 툰베리와 행보는 조금 다르다. 포스터는 14세에 워싱턴 DC 교육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고 16세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존 루이스 하원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정부와 입법기관의 시스템을 익혔다. 포스터는 “기후 운동과 정책의 간극을 메우는 게 제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거리에서 정치인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촉구하고 소리치지만 우리 요구가 어떻게 실행되는지는 모른다”며 “정치인들이 무얼 해야 하는지 정치인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치인이 아닌 ‘19세 자문위원’으로 백악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포스터는 “향후 10년을 보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향후 50년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한 토착 부족에겐 ‘7세대 원칙’이 있다고 해요.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일곱 세대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죠. 이게 제 마음가짐입니다.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1/11/23/MIHLDSVMXBHZDHYRMOB3HMU6FI/